시ㆍ도지사 처분 권한 국토부 이관…신속한 퇴출 조치 추진

업계ㆍ전문가, 원인 분석ㆍ 예방책 보다 처벌에만 매몰 우려

[e대한경제=권성중 기자] 부실시공으로 인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일으킨 건설사에 대한 즉시 퇴출 조치가 빠르면 이달 중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간 시ㆍ도지사에 위임했던 영업정지 및 등록말소 등 처분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것인데, 신속한 사후 조치가 가능할 수 있지만 사고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그에 다른 예방대책 보다는 처벌에만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국토부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연이은 광주 건설현장 붕괴사고의 후속조치로 추진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늦어도 이달중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빠르면 이달 초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최근 의견수렴을 완료하고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은 부실시공 사고에 따른 건설사 행정처분 권한을 기존 지자체장 위임에서 국토부 장관으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사고 및 부실의 경중을 판단해 건설업 등록말소나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 등을 직접 처분하겠다는 뜻으로, 사고 후 처분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국토부는 이와 함께 부실시공 원ㆍ투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부실시공 손해배상책임 3배 확대 △부실시공업체 주택기금ㆍ공공택지 지원 페널티 부과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주택도시기금법 일부 개정을 통해 부실시공 업체에는 최대 4년간 주택도시기금 출자와 융자를 제한하는 입법도 추진 중이다.

윤석열 정부 첫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한 원희룡 장관 역시 강력한 처벌을 공언했다.

원 장관은 광주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 “후진적 건설현장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설안전을 강화하겠다”며 “이런 기업은 망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토부는 광주아파트 붕괴참사를 비롯, 중대재해를 일으킨 부실시공 업체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적극적인 퇴출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즉각적인 퇴출조치가 사고예방을 위한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처분은 반드시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는 물론, 명백한 책임 소재 규명을 전제로 이뤄져야 하는데, 자칫 여론을 의식한 신속성에만 매몰될 수 있어서다.

또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등이 징역형을 받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 일변도식 처벌은 중첩적이고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안전 분야 전문가는 “사고예방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이르기까지, 3중 4중 처벌만 중첩되고 있다”면서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과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즉각적인 등록말소 처분으로 여론은 잠재우고, 경각심은 제고할 수 있을지 몰라도 원인이나 책임 규명에는 소홀해질 수 있고, 자칫 부당한 처분으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며 “처벌규제만 쌓기보다는 적정 공사비와 공기를 비롯, 다양한 인센티브를 활용한 예방대책이 더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중기자 kwo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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