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생산부지 확보도 없이 철거 강행
건설현장은 벌써부터 수급불안
레미콘 기사들은 운송 거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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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삼표산업 성수공장 막바지 철거 모습 / 사진: 연합 |
[e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삼표산업 서울 성수동 레미콘 공장이 45년 만에 완전 철거되며 서울 시내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성수공장에서 생산되는 레미콘이 서울지역 수요의 약 20%, 4대문 안 현장의 60%를 책임져왔던 점을 감안할 때 서울 시내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서의 레미콘 조달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체 생산시설 마련도 없이 무작정 철거부터 강행한 서울시의 안이한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단일공장 기준 아시아 최대 레미콘 생산량을 자랑했던 삼표산업의 성수동 레미콘 공장이 설립 45년 만에 완전 철거됐다. 3만6000여㎡의 넓은 부지에 배치플랜트(레미콘 배합설비) 5대, 1200여대 믹서트럭 수용이 가능했던 수도권 최대 생산기지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셈이다.
성수공장의 하루 최대 레미콘 생산량은 7000㎥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3.3㎡(1평)당 레미콘 1㎥가 소요되는 것으로 가정할 때 성수공장 혼자 힘으로 지난 45년간 연평균 최소 약 100만㎥ 규모의 레미콘을 생산함으로써 전용 79.3㎡(24평) 아파트 200만호를 공급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건설 공사의 핵심 자재인 레미콘의 거점 생산기지가 사라지며 수도권 건설현장은 긴장한 모습이다.
성수공장은 철거를 준비하며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8월은 집중호우와 휴가기간이 겹친 비수기여서 현장 가동률이 연내 최저 수준임에도 벌써 레미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현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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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요지에 위치해 서울 시내 60분 내 운송이 가능했던 성수공장의 철거 전 전경 / 사진: 삼표산업 |
서울 노원구 내 도시정비사업지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서 현장을 운영하는 대부분 도시정비사업지가 레미콘의 상당 부분을 동부간선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삼표 성수공장에 의존해왔다”라며, “레미콘은 특성상 90분 내에 건설현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현재 서울시내에서 레미콘 생산 기지가 4곳밖에 없다. 그 중 최대 공장이 사라진 것이어서 경기권 공장에서 물건을 가져오려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라고 설명했다.서울 내 레미콘 생산기지는 삼표 성수공장(1080㎥/hrㆍ이하 생산능력), 천마콘크리트 세곡공장(720㎥/hr), 신일씨엠 장지공장(720㎥/hr), 삼표 풍납공장(420㎥/hr) 등 4곳이다. 이 중 가장 생산량이 많았던 성수공장이 대체 공급시설 확보도 없이 사라진 상황이어서 건설사들은 9월부터 시작될 공사 성수기를 걱정하고 있다.한 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성수공장이 정상 가동 중일 때도 서울시내 건설현장은 만성적인 레미콘 공급량 부족을 겪어왔다”라며,“성수공장이 없어지며 경기ㆍ인천 공장에서 물량을 가져오려 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의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이 운행을 거부해 어려움이 많다”라고 한숨 지었다.레미콘은 특성상 90분 내 건설현장에 공급해야 하는데 서울 도심지역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운송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해 외곽에서 서울시내로 레미콘을 운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전수로 하루 수입이 결정되는 레미콘 기사들은 경기권에서 서울시내로의 운송을 거부하는 상황이다.수도권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는 “우리 지역에서만 왔다갔다하면 하루에 4∼5회차도 운송할 수 있는데, 여기서 서울시내까지 운송하면 하루 2회차 밖에 뛰지 못한다”라며, “수입이 반토막이 나는 셈인데 어느 레미콘 기사가 순순히 운송하겠느냐. 성수공장이 없어지며 레미콘이 시급한 건 건설현장이다. 운송비를 좀 더 얹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이 때문에 9월부터 공사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본격적으로 레미콘 기사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현장에서는 서울시의 안이한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성수공장이 철거되는 날 정부의 5년간 270만호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되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이다.중견 건설사 대표는“정부 대책을 보니 5년 안에 서울에만 5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데 서울 공급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가 중심이어서 일정수준 품질이 담보된 레미콘이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이 핵심”라며, “성수공장이 없어지며 이미 진행 중인 서울시내 아파트 현장도 공사지연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데, 속사정도 모르는 정부가 막무가내로 공급계획만 발표한 느낌이다. 하루빨리 성수공장의 대체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의 목표 달성이 가능할까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한편, 삼표산업 측은 “성동구 등 주요 지역 30여 곳을 중심으로 대체부지 확보를 위해 자체적인 노력 중이지만 지역에서 반발이 워낙 커 수도권에서는 부지를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전 시 친환경 도심형 공장 시스템 도입을 통해 주변 지역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상생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지희기자 jh606@〈ⓒ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