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박경남 기자]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 공통점은 SOC(사회기반시설) 투자를 홀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SOC 투자를 연평균 8% 가까이 줄이는 방향으로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짰다.

실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SOC 예산을 전년(22조1000억원)보다 20%나 적은 17조7000억원으로 축소하고, 2019년에는 17조원, 2020년에는 16조5000억원, 2021년에는 16조2000억원까지 삭감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SOC 스톡(총량)이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중장기 SOC 투자를 하향조정했다.

문재인 정부보단 감소폭이 적지만 중장기 SOC 투자계획의 흐름은 윤석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25조1000억원으로, 올해(28조원)보다 10% 넘게 줄이고선 2024년 25조5000억원, 2025년 25조8000억원, 2026년 26조원으로, 연평균 1.8% 감소하도록 설계했다.

그간 SOC에 대한 지출을 확대했다는 게 윤석열 정부가 SOC 투자 축소를 선택한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의 충분한 SOC 스톡과 윤석열 정부의 앞선 SOC 지출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SOC 투자를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삼기엔 명분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OC 투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그 파급 효과만으로도 투자를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SOC 투자의 경기 진작 효과는 이제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대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에 걸친 코로나19 위기 동안 SOC 투자의 총생산유발액은 172조원, 부가가치유발액은 72조2000억원, 취업유발인원은 95만2700명으로 추정된다.

현경연은 토목건설의 생산·부가가치·취업유발계수는 전산업 평균보다 크게 높은 만큼 큰 경기 진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SOC 투자로 구축된 SOC 운영 서비스 효과도 SOC 투자 확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전력 등의 SOC는 운영,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가 따라붙는다.

SOC 운영 서비스는 현재 공기업들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데, SOC 운영에 따른 생산과 고용 창출은 지난해 기준 매출 152조원, 12만5000명에 달한다.

SOC 투자는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교통망을 예로 들면 현재 대도시 교통망은 양적, 질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데다, 낮은 효율성 탓에 짧은 거리에도 불구하고, 소요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장을 기록하고 있다.

교통 SOC는 경제활동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여주는 만큼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현경연의 설명이다.

국민 안전 보장을 위해서도 SOC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현경연은 지난해 태풍,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액은 1조3000억원, 인명 피해는 103명에 달했고, 피해복구액은 4조20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도 115년 만에 내린 폭우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노후 SOC에 대한 투자는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OC 투자를 폄하했던 문재인 정부가 1년 만에 다시 SOC 투자를 확대하고 나선 것도 그 효과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도 더 늦기 전에 SOC 투자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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