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도입된지 10년 만에 사실상 폐지되고 시공·입찰단가 등을 반영하는 표준시장단가로 전환된다.

　또 가벼운 국가계약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신 과징금 납부로 대체되고 기술제안입찰 탈락자도 제안서 작성 비용을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실적공사비 제도는 기존 공사의 계약단가를 공공공사의 예정가격에 반영하는 원가 산정방식으로 지난 2004년 기술개발과 예산절감 등을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이후 10년 동안 실적공사비 단가는 1.5% 상승한 반면 공사비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는 각각 58%, 31% 올라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 관계부처와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TF(태스크포스)를 구성, 실적공사비 제도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번 실적공사비 개정안은 실적공사비의 토대인 계약단가 이외에 시공단가와 입찰단가 등 다양한 시장거래가격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계약단가를 실적공사비 산정 기반으로 하면서 낙찰금액이 계단식으로 낮아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시공·입찰단가 등을 추가 활용해 시장가격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기재부는 실적공사비 산정방식 등은 추가적인 TF 논의를 통해 내년 1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고 계약예규 등 하위 법령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내년 1월부터 발주되는 공사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적공사비를 표준시장단가로 전환하지만 단위공종별 단가(Unit Price) 개념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과열 경쟁 구조 하에서 왜곡된 실적공사비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경미한 국가계약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술제안입찰 탈락자 가운데 우수제안자에 대한 제안서 작성 비용을 지급하는 근거를 신설하고 입찰참가자격, 낙찰자 결정 등에 국한됐던 국가계약 분쟁조정위원회 심사대상을 계약금액 조정, 지체상금 및 계약기간 등에 대해서도 심사 가능하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국고분야 규제개혁을 위해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경제 박경남기자 k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