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직불제 반대… 체불문제, 하도급 건설사서 발생”

체불문제 대부분 하도급자-2차협력자 사이서 발생

건설기계대여금 지급보증제 등 기존대책 활성화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며 만든 공공공사 하도급 대금 직불제도가 정작 사회적 약자인 건설노동자로부터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1일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에서 하도급 대금 직불제 시행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건설노조는 앞서 지난 18일부터 매일 공정위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도급 대금 직불제도는 발주자가 하도급 대금을 원도급자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하도급자에게 지불하는 제도다.

건설 노동자들이 하도급 대금 직불제도를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체불문제의 대부분이 하도급자와 건설 근로자, 건설기계대여업자, 자재업자 등 2차 협력자와 발생하는데, 정작 여기서 발생하는 체불에 대한 대책은 없이 하도급 대금 직불제를 시행하는 것은 하도급자 배만 불리는 제도라는 것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설명절 전후 악성 체불 23건을 조사한 결과 23군데 현장 중 19군데가 하도급자 때문에 발생했다. 하청 건설사 법정관리신청, 하청사 연락두절, 하청사 지불능력 불능, 하청사 부도, 하청사 적자 등이 임금과 임대료 체불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건설노조는 실제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월8일부터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하도급자에게 임대료를 받지못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P대형건설사 하청사였던 C개발이 25명의 덤프트럭 노동자의 임대료를 갖고 사라져 7000만원에 상당하는 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충북 진천에서 일하던 스카이크레인 노동자는 하청 건설사가 원청으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지급받은 후 도주하는 바람에 132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 문제의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제도를 시행한다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데, 하도급자 입장에서만 볼 게 아니라 을(乙) 중의 을(乙)인 건설노동자 생계가 파탄나고 있다는 것을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노조는 체불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도급 대금 직불제를 할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를 활성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건설기계 체불과 관련해서는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제도는 건설기계 대여계약을 맺는 건설사가 임대료를 체불하면, 지급 보증기관이 대신 체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지난 2013년 6월 시행됐다.

건설노조가 건설기계 조합원 38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시행이후 2015년까지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안 적이 없다는 응답이 78.3%(264명)로 나타났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기계 조종사들에게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야 하는 곳은 대부분 하도급자인데, 공정위는 발주처가 원도급자를 거치지 않고 임금, 임대료를 지급보증서도 잘 발급하지 않는 하도급자에 직불하겠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건설경제 한상준기자 newsp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