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ㆍ업계, 업역폐지 핵심 합의

종합, 직접시공 관계없이 인정

전문도 원ㆍ하청 실적구분 없지만 토목ㆍ건축 분야는 따로따로 적용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추후 조율

내년부터 공공건설부터 종합과 전문으로 구분된 건설업역이 폐지되는 가운데 종합과 전문 사이 상호실적 인정기준이 가닥을 잡았다. 종합이 전문건설 시장에 진출할 때 기존 실적의 3분의 2가, 전문이 종합시장에 진출할 때는 100% 실적이 인정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는 이런 내용으로 종합과 전문 사이의 상호실적 인정기준을 마련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상호실적 인정기준은 종합과 전문이 각각 상대 시장에 들어갈 때 적용하는 실적기준이다. 건설업역 폐지로 종합과 전문이 상대 시장으로 진출할 때 필요한 핵심기준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국토부가 마련한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에는 종합건설사의 실적 가운데 해당 공종을 직접 시공한 실적을 인정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직접 시공과 관계없이 실적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전문건설사도 원청 실적과 하청 실적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실적으로 인정된다. 다만, 전문 실적 가운데 토목과 건축 실적은 구분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예를 들어 철근ㆍ콘크리트 업종의 전문건설사 실적 가운데 교량 등 토목분야 실적과 아파트 등 건축분야 실적은 구분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상호실적 인정기준이 대체로 넉넉하게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업역개편으로 종합과 전문의 시장 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생산체계 개편을 활성화하자는 점을 고려해 상호실적 인정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가능하면 많은 건설사가 종합과 전문 시장에 상호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종합과 전문업계가 동의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논의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상호실적 인정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발주자가 판단해 우수한 업체에 시공을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생산체계 개편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시설물유지관리업 처리 문제는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가 건설업계 내에서 합의가 안 된 내용은 추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생산체계 후속조치를 한 번에 다 할 필요는 없다”면서 “우선 합의가 된 것을 먼저 추진하고 합의가 안 된 것은 나중에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시설물유지관리업 문제다.

국토부는 오는 9월까지 업종개편을 끝내기로 하고 29개 전문업종을 14개 업종으로 대업종화할 예정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새로 마련될 대업종이나 종합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시설물유지관리업계는 업종 유지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를 요구해 온 종합과 전문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업종 개편의 핵심이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인데 이를 뒤로 미루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사실상 모든 공사를 다할 수 있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을 그냥 두고 경쟁하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건설경제 권해석기자 hae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