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가 나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난데없이 토건세력 결탁설이 제기되었다. 대장동사업 시행법인(성남의뜰)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하나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하나자산신탁·화천대유·SK증권이 참여했고 건설사는 단 한곳도 없다. 개발이익 취득세력도 부동산개발업자·정치인·법조인·언론인 등이고 건설관련 법인이나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건설사는 시공만 했을 뿐 부정적 사안과 아무 관련이 없다. 건설인들은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문제만 생기면 힘없는 우리를 비리세력으로 몰아붙인다.’며 개탄한다. 일리가 있는 한탄이다. 그러나 정말 우리 건설인에게 아무런 힘이 없는가?

  80년대 초반 두 차례의 오일쇼크에서 비롯된 국가적 위기를 우리 건설인들은 중동시장진출을 통한 외화획득으로 타개하였다. 그 이후도 경제위기 때마다 건설업은 연관산업에 온기를 불어넣어 내수를 촉진시켰고 SOC 건설을 주도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건설업 조사결과’에 의하면 건설기업 수는 7만8849개이고 그 매출액 규모는 무려 401조 3000억 원이다. 아울러 건설업 종사자는 171만 명에 이른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700만 명의 국민이 건설업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의 역할과 경제적 규모를 보면 건설인에게 아무 힘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보유세력을 자각하지 못하고 현실만을 탓하는 무기력함이 문제인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 관점을 피력한다.

  첫째, 자기비하 프레임(frame)을 극복해야 한다. 프레임은 상황인식을 결정하는 정신적 구조물로서 언어사용과 직결된다. 필자는 ‘우리 노가다들이 뭘 어쩝니까?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늘 비리세력으로 몰리니...자식에게 이 업종을 권할 자신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자기부정의 프레임에 사로잡혀 자신을 폄하하면서 사회적 존경과 국민적 사랑을 기대할 수 있는가? 스스로 자긍심의 주체인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둘째, 무관심과 배타성이 문제이다. 건설은 설계·감리·시공·유지관리 분야 업무가 단계적으로 연계되고 토목·건축·기계·전기·조경·안전과 같은 직렬별 전문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전제로 전개되다. 그러나 건설인들은 연관 분야와 다른 직렬의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않고 배척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몇 해 전 8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건설기술인협회 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면서 노출된 무관심·배타적 현상은 지극히 낮은 투표율로 귀결되었다. 내년 3월의 차기 협회장 선거는 단일분야 최다회원을 보유한 단체답게 기술인의 역량증진과 권익보호 그리고 자긍심 고취를 구현할 수 있는 리더십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셋째, 부정적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89%가 건설업을 부정·부패·뇌물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와 연계시켜서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금년에 이루어진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건설관련학과에서 공부하면서 건설업에 취업하겠다는 학생은 22%에 그쳤다. 건설관련 대학원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도 9%에 불과했다고 한다. 잠재적 건설인들조차도 건설업을 회피하는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건설인의 사회적 지위를 실추시키고 건설인력의 수급대란을 초래할 징후라는 점에서 건설업 위기와 직결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불합리한 현실을 발주자나 경쟁사 탓으로 돌리지 말고 업계 스스로 특단의 자정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끝으로 리더십 확립과 소통 활성화가 절실하다. 협회·학회 등의 유관기관은 자기 분야 단체와 인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소극적 태도를 지양하고 건설업과 건설인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의 구심점을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건설인의 정체성 확보와 소통 활성화 그리고 건설업의 이미지 개선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활동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즉시 사과함과 동시에 혁신적 대책을 실행하여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이번 경우와 같은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항의하며 건설인과 그 가족을 포함하는 700만 국민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건설인들이 허탈감에 사로잡힌 채 음지에서 한숨짓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건설인의 관심과 역량을 건전한 방향으로 규합할 수 있다면 불합리한 현실을 혁신하기 위해 누구를 못 만나고 어느 기관을 설득하지 못하겠는가? 부당한 현실에 침묵하며 그 것을 불가피한 삶으로 인정하는 개인·집단·조직에게는 더 나은 미래가 올 수 없다. 미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인호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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