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개정·공포한 계약예규의 키워드는 ‘안전관리 강화’와 ‘기업부담 완화’로 요약된다.

공공공사에서 안전관리 능력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하도록 계약제도를 설계해 건설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적정공사비 지급, 발주기관의 갑질 근절, 입찰참가업체의 선택권 부여 등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우선 공공공사의 안전관리 강화 장치는 종합심사낙찰제와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기준에 녹였다.

종심제는 사회적책임 분야의 건설안전에 대한 가중치와 심사 항목을 확대하고, 사고사망만인율 평가를 기존의 가점에서 가·감점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30~40% 수준인 건설안전 가중치를 40~60%로 상향조정하고, 사고사망만인율, 산업재해 발생보고 위반건수 등을 평가하는 건설안전 심사 항목에 PQ의 신인도 심사 항목인 △산업재해예방활동 실적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 관련 위반 건수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에 따른 행정형벌 부과 건수 등을 추가했다.

특히, 그간 업계 평균보다 낮은 업체에 대해 가점을 줬던 사고사망만인율은 모든 업체에 가·감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PQ도 사고사망만인율 평가를 가점에서 가·가점으로 전환해 안전관리평가에 대한 변별력을 강화한다.

현행 PQ는 신인도 분야에서 사고사망만인율의 가중평균이 평균사고사망만인율의 가중평균 이하인 경우 1점 한도로 가점이 주어지는데, 평균사고사망만인율이 가중평균을 초과하면 1점 한도로 감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부담 완화를 위한 계약예규 개정의 포인트는 적정공사비 지급을 위한 종심제 동점자처리기준 개선이다.

현행 종심제는 동점자가 발생하게 되면 입찰가격이 낮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입찰참가업체들이 낮은 가격에 투찰군을 형성하면서 낙찰률이 낮아지고 있는 탓에 기존 최저가낙찰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번 계약예규는 동점자 처리기준을 현행 ‘입찰가격이 낮은 자’ 대신 ‘균형가격 근접자’로 개선했다.

동점자 처리기준 개선은 공사비 100억~300억원 구간인 간이형 종심제에 대해 우선 시행하고, 300억원 이상 공사는 시범사업을 거쳐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간이형 종심제의 과도한 낙찰률 상승을 막기 위해 균형가격이 예정가격의 88%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종전처럼 동점자 중 가격이 낮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도록 했다.

공사계약일반조건상 불분명한 계약 해지·해제 사유와 지연보상금 지급 사유를 악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발주기관의 갑질을 차단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현재 공사계약일반조건의 계약 해지·해제 사유가 모호한 탓에 발주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이번 계약예규는 △정부정책 변화 △관계 법령 제·개정 △과다한 지역민원 제기 △기타 공공복리 등에 의한 사업변경 등으로 발주기관의 계약 해지·해제가 가능한 사유를 구체화했다.

발주기관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한 공사정지가 60일을 초과할 경우 건설사에 지급하는 지연보상금도 발주기관의 책임있는 사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에 발주기관과 건설사 간 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계약예규는 △부지제공·보상업무·지장물처리의 지연 △공사 이행에 필요한 인·허가 등 행정처리의 지연 △계약서 및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발주기관의 명시적 의무사항을 정당한 이유없이 불이행하거나 위반하는 경우 등으로 발주기관의 책임있는 사유를 규정해 건설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적격심사기준에서 10억원 미만 공사의 경영상태 평가기준도 개선했다.

그동안 1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경영상태 평가는 재무비율과 신용평가등급 중 선택할 수 있는 10억원 이상 공사와 달리 재무비율로만 평가했다.

이렇다보니 업계 평균비율 변동에 따라 개별업체의 평가결과가 달라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번 계약예규는 10억원 미만 공사도 입찰참가업체가 재무비율, 신용등급 중 유리한 항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외에도 PQ 신인도 항목 중 ‘친환경 건축물 또는 건축물 에너지효율 2등급 이상’을 ‘녹색건축 인증 또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으로 대체하고, 전문건설업의 대업종화에 맞춰 전문공사에 대해선 업종뿐 아니라 주력업무분야를 기준으로 실적을 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계약예규는 이달 1일부터 적용하되, 종심제 심사기준, 적격심사기준, PQ 기준 등은 발주기관의 세부기준 준비기간을 고려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계약예규 개정으로 공공조달사업의 안전관리 강화로 근로자들의 안전사고가 감소하고, 합리적인 평가기준 마련, 불합리한 관행 정비 등을 통해 조달기업의 부담 완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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