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8조원을 터치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매머드급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들이 속속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데다, SOC의 고도화와 첨단화, 안전 강화 등 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다만, 내년 SOC 예산은 교육, 일반·지방행정, 보건·복지·고용 등에 떠밀려 증가율이 하위권에 머물면서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SOC의 역할과 기능이 평가절하되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5일 국회에 따르면 내년 SOC 예산은 올해(26조5000억원)보다 5.7% 증가한 28조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 대비 3.8% 늘어난 27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내년 SOC 예산은 5000억원가량 늘어난 28조원으로 확정됐다.

얼핏 보면 내년 SOC 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SOC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야별 예산 증가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년 교육 예산은 84조2000억원으로, 올해(71조2000억원)보다 무려 20% 가까이 늘어났고, 일반·지방행정 예산과 보건·복지·고용 예산도 각각 98조1000억원, 217조7000억원으로, 올해(84조7000억원·199조7000억원)에 비해 15.8%, 9.0% 증액됐다.

겨우 5%대에 그친 내년 SOC 예산 증가율과는 대조적이다.

내년 SOC 예산이 ‘찔끔’ 증액에 그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성장, 국민안전, 선도국가 도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SOC 투자는 경제위기 극복의 가장 확실한 장치로 꼽힌다.

대규모 물적 투자를 동반해 일자리, 자재 등 내수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의 투자를 유도해 지역·실물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SOC 투자를 확대하면 국민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1970년대 집중 공급된 인프라는 오는 2030년이면 준공 30년 이상 지난 노후 인프라 비중이 44.3%에 달하며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우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노후 인프라는 시시각각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조기·적기에 SOC 투자를 이행하게 되면 국민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족한 재정을 선제적으로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SOC 투자는 코로나19 이후 재편된 산업구조, 저탄소 경제전환,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유럽 3000억유로, 미국 1조달러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결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SOC 예산 증가율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유럽, 미국, 중국 등의 대대적인 SOC 투자 흐름에 역행하게 되면 한국경제의 경쟁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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