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고현장 납품 10개 사중 8곳 

이미 작년 국토부 조사때 '불량' 적발

영업정지 수준 강한 처벌 없다보니 

지역에선 불량 레미콘, 여전히 기승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건물 붕괴 현장 / 사진: 연합

[e대한경제=최지희 기자]  39층 바닥 공사 중 붕괴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레미콘 업체 10곳 중 8곳이 이미 국토교통부 품질관리 실태 점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기본적인 배합 비율도 맞추지 않거나 강도를 높이고자 혼화재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정황도 적발됐는데도, 국토교통부는 별다른 처벌을 가하지 않았다.

20일 레미콘 업계는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이후 경찰이 지난 17일 붕괴 현장 콘크리트 납품 업체 10곳을 압수수색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해당 업체들 상당수가 이미 과거 불량 레미콘 제조 문제로 지적을 받았던 곳들이다 보니, 압수수색 과정에서 배합비율 조작 등 업계의 고질적 문제가 담긴 문건이 발견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탓이다.

지역 레미콘사 대표는 “곪을 대로 곪은 일이 터졌다. 국토부가 작년 3월 레미콘 품질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 이후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후속 대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이라며, “후속 대책이 흐지부지하자 레미콘 업체들은 기존 관행대로 ‘불량 레미콘’을 제조ㆍ납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전국 레미콘 업체 품질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이 국토부로 제출받은 당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번 화정아이파크 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국토부는 적발 이후 이들 업체에 대해 별다른 처벌없이 넘어갔다.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당시 전수조사에서 총 604건의 부적합 지적사항이 발견됐지만, 영업정지 등의 처벌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업체는 부적합 물량을 폐기하거나 구두경고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영업정지를 받은 2곳도 시정조치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구제됐다.

국토부도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전수조사에서 시멘트 등 배합비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레미콘사들이 무더기로 나왔는데 KS인증 취소나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 처벌은 없었고, 그 이후 추가 점검도 없었다”며, “전수조사 발표 전에 국토부가 내놓은 레미콘 품질관리 강화 11개 대책 중 어느 것 하나 현실성 있게 현장에 적용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국토부의 11가지 대책 중에는 △골재의 품질기준 강화 △레미콘 제조공장이 생산 프로그램 수정 시 전자서명으로 수정 내역 기록 △배합비 조작 등 위법행위 적발 시 KS인증 취소 등 부정업체 처벌 강화 △시공사에서 직접 현장 납품 레미콘 품질 실험 의무화 △품질관리 업무 수행 건설기술인 전문성 강화 등이 담겼다.

그러나 광주 붕괴현장에서 이들 대책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레미콘사 대표는 “현장에서 시공사가 레미콘 품질검사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 레미콘사 직원들이 직접 하고, 심지어 실험용 샘플 차량까지 지정해 검사가 진행된다”며, “여기에 건설사 자재 담당자가 품질관리를 위해 공장을 방문하면 이때 차비 명목으로 현금을 챙겨준다. 현장 관리자들이 계약직인 경우 지역 연고를 통해 리베이트가 더 기승을 부린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11년 레미콘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이후 지역 중소업체란 이유로 보호만 해왔던 정부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콘크리트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 지역 업체란 이유로 보호만 하고 관리와 처벌은 느슨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결국 경쟁력 없는 제조사들이 편법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빌미가 됐다”며, “이번 기회에 부실 업체들은 퇴출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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