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학위와 경험을 가진 학ㆍ경력 엔지니어가 중급기술자로 승급할 수 있게 됐다. 기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력을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을 공포했다. 시행일은 오는 10월15일부터이며, 바뀐 기술자 등급은 시행일부터 자동으로 반영된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학ㆍ경력 기술자들은 별도의 자격 취득 절차 없이 중급기술자로 승급하는 길이 열렸다. 해당 전문 분야의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은 바로 중급기술자로 승급된다. 석사 학위 소지자는 해당 분야와 관련한 업무를 3년 이상 수행하면 된다.

학사 학위 소지자는 관련 업무를 6년 이상 경험한 뒤 중급기술자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전문대학 졸업자는 9년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엔지니어링업계는 학ㆍ경력 기술자 승급 완화 조치를 환영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업무와 자격 공부를 병행하기 어려워 높은 등급의 기술자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엔지니어들의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업이 바빠 미처 기사 자격을 따지 못한 엔지니어들이 초급기술자에서 중급기술자로 한 단계 올라갈 기회가 생겼다”며 “앞으로 특급기술자까지 승급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학ㆍ석사 학위를 가지거나 전문대학 졸업 후 3년 이상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 ‘초급기술자’로만 승급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특급 기술자까지 승급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2006년 ‘건설기술관리법(현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하며 학ㆍ경력 기술자가 중급, 고급, 특급 기술자로 승급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2011년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이 제정되며 엔지니어링기술자에 한해 특급기술자까지 승급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부터 초급기술자까지 승급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당시 관련 업계는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등은 정부에 승급 범위를 고급, 특급기술자까지 넓혀야 한다고 꾸준히 건의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 이후 기업에서 기사 자격을 소지한 엔지니어 위주로 채용하는 문화가 이미 형성된 탓에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업계는 시행령 개정 시행 이후 반응을 살피며 추가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엔지니어링협회 관계자는 “학ㆍ경력자에게 기술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학력과 경력을 균형감 있게 녹여낸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라며 “실제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 자세히 살피고, 더 높은 등급의 기술자 자격 승급이 필요하다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건설경제 이하은기자 haeu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