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으로 제정된 우리나라 법 사례는 1993년에 발효된 ‘전면책임감리제’다. 법 제정 취지와 목적에 모두 동의했었다. 내용과 기준이 문제였다. 안전사고 원인을 부실공사, 즉 품질하자로 지목했다. 품질하자 원인을 발주자와 계약자의 유착관계로 해석했다.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법 제정 목적에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라는 문항을 삽입했다. 공사 원가는 그대로 둔 채 품질향상이라는 목표를 삽입하고 발주자 대리인에게 감독권을 전면 위임하도록 강제했다. 글로벌 표준 품질경영은 기준에 맞추는 것이지 품질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책임감리비용은 별도 계상하면서 공사원가는 그대로, 발주자의 현장 상주를 금지하면서 책임감리자에게 설계 및 계약변경 권한은 주지 않았다. 사고 발생 시 징역과 기술자 자격까지 박탈하는 인적 처벌을 법에 담았다. 전면책임감리제로 품질이 높아졌고 현장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전면책임감리제를 건설사업관리제로 은근슬쩍 흡수시켜 버렸다. 정부 스스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 한 셈이다.

 법과 제도가 건설현장의 인명사고를 없앨 수 있다면 법제도 강화를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인류 최초 법인 함무라비법전에 216개 조항이 있는 데 그 중 6개 조항이 건설 관련이다. 6개 조항에 처벌에 우선하여 보상과 처벌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업처벌법과 달라 보인다. 3800여년전에 제정됐던 법보다 완성도가 낮다면 문제가 있다. 처벌하기 전 기준을 정해 달라는 목소리와 주장은 함무라비법과 같은 궤다. 국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사망률이 일본과 미국에 비해 1.7배, 영국에 비해 10배나 높은 것은 법과 제도 취약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영국은 대표적인 불문법 국가다. 법이 아닌 시스템이 사고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필요․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법이 시행되는 2022년부터 발생하게 될 4가지 부작용을 예로 들어본다.

 첫째 강한 처벌에 비해 사용자가 지켜야 할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고 은폐를 위한 온갖 불법․편법인 뒷거래가 성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크레인기사의 태업이나 파업을 예방하기 위해 음성적으로 지불하는 월례비 부작용과 유사하다. 둘째 책임을 분산시킬 목적에서 대표이사 쪼개기 현상이 예상된다. 가분수 경영으로 산업체의 의사결정 책임은 분산되고 제경비가 늘어나 채산성이 악화된다. 생산성 향상보다 사고 예방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경쟁력이 하락하고 시장은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고용이 감소하게 된다. 셋째 일선의 관리자들은 기술이나 공사관리보다 근로자 관리에 집중함으로 행정비용이 늘어나고 공사관리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원도급자 처벌이 강화됨으로 인해 직접시공이 늘어나고 기능인을 대체하는 다양한 공법들이 개발된다. 이로 인해 중소건설업의 일감과 근로자 일자리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처벌법이 발표되기 전 안전관리 기준을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처벌에서 예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사비에 품질과 안전관리 비용을 높여야 한다. 예방시스템 구축이 되기 전까지 유예시켜야 한다. 일본건설은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관리자가 기준을 철저하게 지킨 게 확인되면 처벌이 면제된다. 처벌법은 선악이 아닌 흑백논리로 가야 한다. 시행 전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안전관리 기준 및 보상도 선행되어야 한다. 시행 후 부작용 시 또 다시 허둥지둥 개정하기보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법제도 강화보다 축적된 안전사고 데이터를 가공하여 공종별 및 위치별, 시설물별 사고빈도를 분석하여 공사 현장관련자들에게 사고 위험 신호를 사전에 알려주는 경보시스템을 구축하자. 글로벌 기업이 보편적으로 운영하는 품질 및 안전관리시스템의 기본이다. 이런 면에서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축적한 사고기록 데이터 창고를 개방하여 다양한 안전경보시스템 개발에 활용 될 수 있도록 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자동차 사고 시 안전규칙 준수 여부가 처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사고를 법과 제도만으로 절대 예방 할 수 없다. 자동차와 산업현장 사고에 처벌 수위가 왜 달라야 하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