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에 있는 한 농장. 다 자란 반송(盤松) 소나무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뒤에는 예사롭지 않게 생긴 향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나무 줄기가 흰색이다보니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그냥 딱 봐도 고급스럽게 보인다. 알고 보니 그루당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주인은 누구일까.바로 수프로라는 국내 최대 조경수 업체다. 회사 이름은 `수(樹) 프로(Pro)`를 뜻하기도 하고, `숲으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농장은 수프로가 운영하는 식물환경연구소에 속해 있다.
수프로는 건설회사나 조경업체에 조경수를 공급하는 업체다. 예컨대 아파트 공사를 하는 건설사나 협력 조경업체가 이 회사에 조경수 공급을 요청한다. 그러면 수프로는 업체가 요구한 조경수를 재배 농가로부터 구입해 건설사나 조경업체에 공급한다. 물론 수프로가 자체 보유한 농장에서 직접 기른 나무를 공급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올리는 매출이 연간 200억원 가까이 된다.
수프로는 인공지능(AI) 전문업체와 손을 잡고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AI 가격 예측 모델에 기반한 사업이다. 이제 수프로는 어떤 나무를 심어야 4~5년 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지에 대한 농가 질문에 답을 해 줄 수 있다. 또한 어떻게 하면 고품질의 조경수를 적정한 가격에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경업체 상담에도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
수프로는 조경수가 재배 단계에서 표준화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도 주목했다. 수령이 같은 동종의 나무라 하더라도 농가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워낙 들쑥날쑥하다보니 아무리 발주를 많이 받아도 납품 물량을 채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수프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년간 연구개발(R&D)을 통해 특수하게 제작된 화분에서 조경수를 기르는 이른바 `컨테이너 수목 재배` 기술을 표준화해 최근 특허를 취득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 농업을 임업 분야에도 적용한 스마트 양묘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특허를 받은 화분(컨테이너)을 이용해 나무를 재배하면 노지에 기르는 것에 비해 균일한 모양의 나무를 대량 생산하기에 유리하다. 나무를 노지에서 재배하면 큰 뿌리가 발달하는 반면 컨테이너에서는 잔뿌리가 발달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면 조경수를 옮겨 심기 위해 캐는 과정에서 큰 뿌리가 손상되지 않아 이식 후 나무가 고사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특히 뿌리가 더 풍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태풍 등 강한 바람에도 잘 견디는 장점이 있다.
채 대표는 "아파트나 공원 조경수 공사의 경우 식재한 나무가 죽는 비율인 하자율이 최소 13~14%를 넘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프로의 컨테이너 기술을 활용하면 하자율이 2% 미만에 그친다"며 "하자가 발생하면 그 손실을 시공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나 조경업체 입장에서는 하자율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하 생략 -
출처 :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