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돌아야 해서 백화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흔히 말하는 ‘명품’ 완비는 기본. 분수효과니 샤워효과니 하면서 전국의 맛집을 지하와 꼭대기층에 모셔오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과거의 백화점이었다.

하지만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새로운 시도와 함께 백화점은 다음 단계로 진입했다. 서울 최대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매장 공간의 상당 부분을 정원과 갤러리로 대신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의 지향은 ‘빌딩숲 속 진짜 숲’.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홍콩 태틀러와 패션지인 비즈니스오브패션 등 해외 매체들도 거대 백화점 속 ‘초록’을 응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갇힌 이들에게 잠시 자연을 체험할 기회를 줬다는 것. 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영업 면적(8만9100㎡) 중 매장이 차지하는 면적(4만5527㎡)은 51%뿐. 그중 5층에 위치한 사운즈 포레스트(실내 녹색 공원) 면적은 3300㎡(약 1000평)이다.

기본 건축물 설계는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를 필두로 9개의 글로벌 회사가 맡았지만, 지하부터 8층까지 조경 디자인은 한 회사가 맡았다. 인테리어·조경·라이프스타일 전문인 ‘디자인 알레’다. 우경미 대표와 우현미 소장은 “‘전문'이라고 내걸고는 있지만, 우리는 창의적인 일은 다 한다”며 “백화점 계단을 올라오면서 층층이 바라보는 조경이 마치 등산할 때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는 듯한 기쁨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자매인 우 대표와 우 소장은 23년간 국내 인테리어·조경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었다. 한때 연예인들의 만남 장소로 선호되던 W호텔(현재 비스타 워커힐)을 비롯해 파크하얏트, 넥슨·현대카드 사옥 등 조경 디자인이 독특하다 싶으면 디자인 알레 작품이었다. 하지만 4년을 쏟았던 이번 ‘더현대’ 프로젝트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나무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기에 너무 크고, 어떤 수종은 알레르기 때문에 백화점엔 적합하지 않고 고민이 적지 않았어요.” 자식 같은 수종을 버리고 내치고 한 끝에 인공 폭포에는 그들이 과천 마이알레 농장에서 오랜 기간 키운 뽕나무를 올렸다. 무게 때문에 ‘안 된다’는 거절도 있었지만, 수많은 설득 끝에 생명을 얻은 뽕나무다. 최고의 ‘사진 명당'으로 꼽히는 인공 폭포 위의 뽕나무는 높이만 해도 12m짜리. 폭포의 물 무게만으로도 감당키 어렵다는 내부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크레인을 동원해 어렵게 올린 작품 중 ‘작품'이다. 그것이 ‘핫플’이 됐다. “정말 잘 키운 자식 장원 급제시킨, 아니 장가보낸, 아니 뭐랄까요? 무슨 기분이라 할지 모르겠어요.”

5층 사운즈 포레스트는 처음 설계부터 거의 20m에 달하는 층고 때문에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숲’으로는 좋을 수 있겠지만 너무 높아서 휑해 보일 수 있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온실 디자인. 여느 백화점과 달리 유리 천장으로 돼 있어, 백화점 자체가 온실이라는 것에 착안했다. “철골 구조물을 만들고, 또 미니 온실을 만든 것이 사진 명당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화려한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본질을 다시 생각했더니 거기에서 해답을 얻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