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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우산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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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21-04-16 10:3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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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제법 많이 쏟아졌다. 전철역에 도착했을 때 우산을 준비 못한 이들이 출입구에 서서 빗줄기가 약해지길 기다리거나 몇몇은 비속으로 달려 나가기도 했다. 내 앞에 가던 중년의 남자분이 쓰고 온 검은 우산을 접더니 출입구 한 쪽 구석에 세워 두고 들어간다. 누구든 쓰고 가라는 뜻이다. 나도 우산의 빗물을 털어내고 비 쏟아지는 바깥을 걱정스레 내다보고 서 있는 한 어르신께 들려드렸다. 어리둥절해하는 그분께 “쓰고 가세요. 비 맞으면 감기 듭니다. 전 이제 필요 없습니다.” 했더니 고맙다며 우산을 받아 들었다. 비속으로 나가는 그분을 보고서야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전철역 바닥이 젖은 발자국들로 축축했다. 언젠가 나도 그랬다. 귀갓길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어느 집 처마 밑에 서 있을 때 대문 밖에 세워져 있는 우산 하나를 발견했다. 덕분에 비를 맞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날 이후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나도 대문밖에 우산 하나를 세워둔다. 우산은 주인이 따로 없다. 필요한 이에게 들려지면 그가 바로 새 주인이 된다. 나는 외출을 할 때 늘 작은 우산을 접어 가방에 넣고 다닌다. 이젠 누가 씌워주는 우산을 기다릴 때가 아니지 않는가. 자신은 물론 타인을 위해 우산을 준비하고 펼쳐 줘야할 나이가 된 것이다. 누구나 한 번 쯤 느닷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우왕좌왕 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씌워 주는 우산 속에서 얼마나 고마웠던가. 삶이 그렇다. 다 젖은 채 차가운 빗길을 달려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아픔을 쏟아내 본 적 있는 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우산을 펼쳐주거나 건네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들려 보낸 우산들은 또 다른 이에게 넘겨져 소나기를 피하게 해줄 것이다. 펼치고 나눌 게 어디 우산뿐이겠는가.권애숙 (시인)
출처 : e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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