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커리큘럼ㆍ자격시험 분석해보니]

韓 구조기술사 구조계산만 하고
건축사가 도면 작성 관행 굳었지만
선진국 건축구조기술사 직접 수행

[e대한경제=김태형 기자] 구조도면을 누가 그려야 설계 품질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까. 대부분 선진국에선 건축구조기술사가 직접 수행하지만, 한국에선 건축구조기술사의 구조계산을 기반으로 건축사가 도면을 작성한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구조도면은 기술보다는 기능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우선, 대학 교과목부터 비교해보자. 과거에는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의 명칭 구분없이 4년 학제로 통합운영하면서 건축설계, 건축구조공학 및 건축시공학 등 전공과목을 선택수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공학 교육과정의 국제적 상호인정을 위해 5년제 건축학과와 4년제 건축공학과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건축사는 건축학과, 건축구조기술사는 건축공학과 출신이 많다.

＜e대한경제＞가 국내 주요 10개 대학의 건축관련 학과의 커리큘럼을 분석한 결과, 5년제 건축학과는 교과목이 상대적으로 건축설계 분야에 집중된 반면 4년제 건축공학과는 구조공학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건축학과는 △설계분야 83학점 △구조공학분야 9학점, 고려대 건축공학과는 △설계 19학점 △구조공학 43학점 등으로 설계와 구조공학의 비중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다. 한양대 역시 건축학과(설계 75학점, 구조공학 12학점)와 건축공학과(설계 18학점, 구조공학 42학점)의 교과목이 눈에 띄띠게 달랐다. 단일과로 통합운영 중인 서울대 건축학과의 경우에도 건축학 전공은 설계 62학점(구조공학 12학점), 건축공학 전공은 구조공학 30학점(설계 18학점)으로 확연히 구분됐다.

구조공학 관련 교과목의 내용도 건축학 전공분야에선 ‘구조의 이해’, ‘구조역학기본’, ‘구조계획’ 등 원론적인 내용이 대부분인 반면, 건축공학 전공분야에서는 ‘재료역학’, ‘정역학’, ‘강구조 설계’, ‘내진설계’ 등 전문 구조공학 관련 내용이 훨씬 많았다.

이 같은 교과목의 차이는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를 뽑는 자격시험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올해 1회 건축사 자격시험 3교시 ‘구조계획’에는 대학연구동 증축(별동) 문제가 출시됐다. 하지만 구조형식, 재료강도, 구조부재 단면치수 등 구조기술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미리 주어지는 상황에서 부재의 배치계획과 도면화 능력을 보는 문제였다.

이에 비해 올해 1월 치러진 건축구조기술사 자격시험 1∼3교시 문제를 보면 △구조물 설계하중 △부재 응력과 변형 계산 △트러스 구조물 수직변위 계산 △플랫 플레이트 안전성 검토 등 정확한 부재 선정과 해당 부재를 선택했을 때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을 묻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영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구조계획에 한정된 건축사 시험은 구조설계 분야에서 보면 아주 제한적인 분야에서 초급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자격검증의 기준이 다른 만큼 구조설계 분야의 역할도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건축구조기술사인 남자 주인공 박동훈(이선균 분)은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의 차이에 대해 “건축사는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구조기술사는 그 디자인대로 건물이 나오려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안전한가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사람, 말 그대로 구조를 짜는 사람”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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