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업계가 단단히 뿔났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3억원→10억원)’를 골자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시행규칙을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것이 불씨가 됐다. 지난 13일에는 3000여명의 건설인들이 세종정부청사의 국토부 앞마당에서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김영구 대한건설협회 전라남도회 회장은 “지역 중소 건설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당장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정책을 포기하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업계 대표 8인과 함께 중소 건설업체 연명의 탄원서를 들고 국토부를 항의방문했다. 며칠 후 전화 인터뷰에서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쉬어 있었다. 김 도회장은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에 대해 “전문건설업체 상위 8.6%를 위해 90%가 넘는 지역 종합건설업체를 희생시키는 정책”이라며 “국토부가 진정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규제 완화를 원한다면 건설업역을 전면 폐지해야지 이렇게 꼼수를 부려선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방침에 대한 지역 중소건설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13일 궐기대회 때 전남지역에서만 517명이 참석했다. 당초 45인승 버스 10대를 준비했는데 참가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2대를 추가했다. 세종시 인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남지역 회원사들도 대거 집회에 왔다. 왜 이렇게 많이 왔겠나. 그만큼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가 시행될 경우 전남지역에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피해가 어느 정도 예상되나.

　“전남도내 종합건설사의 10억원 미만 공사 참여율이 무려 98%다. 2012∼2014년까지 3년간 10억원 미만 수주 비율도 81.4%에 달한다. 반면 전문건설업체의 상위 8.6% 정도만 소규모 복합공사에 참여할 수 있다. 전문 상위 8.6%를 위해 종합 98%를 희생시키는 정책이다.”

　-외부에선 업역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비쳐지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 사실과 다르다. 정부가 제도를 잘 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데 잠자코 있는 것이 맞나.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는 건산법의 기본원칙에 전면배치된다. 건산법상 종합적인 계획, 관리 및 조정을 종합건설업체가 하도록 돼 있다. 반면 전문건설업체는 전문분야 시공을 맡는다. 이런 역할에 따라 등록기준도 다르게 정해놨다. 3억원 미만이든, 10억원 미만이든 규모가 작은 공사도 다 계획ㆍ관리ㆍ조정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미 종합-전문 간 겸업제한은 풀렸다. 종합공사 하고 싶은 전문건설업체는 등록기준을 갖춰 종합공사에 뛰어들면 될 일이다. 원칙대로 하면 문제가 없을텐데 변칙성 정책으로 종합-전문 간 갈등을 키우는 꼴이 됐다.”

　-건산법의 기본 원칙이 여러 분야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소규모 복합공사 뿐만이 아니다. 주계약자 공동도급, 전문공사의 부대공사 등도 폐지해야 한다. 자꾸 원칙의 예외를 만들지 말고 진정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규제완화를 하고 싶다면 등록기준을 단일 기준으로 만들어 업역을 전면 폐지하면 될 일이다.”

　-국토부가 입법예고 후 즉각 시행하지 않고 업계 의견을 더 듣겠다고 했는데.

　“일단 입법예고를 즉각 공포 안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100% 만족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진일보했다. 정책을 재검토하고 업계 의견을 다시 듣고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의미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폭을 10억원보다 낮추는 선에서 국토부가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금액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국토부가 잘 판단하리라고 생각한다.”

 건설경제 김태형기자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