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원·하도급 간 상생협력은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결실을 맺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원·하도급 제도·정책이 과도한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데다, 정부와 종합·전문건설업계 간 소통 채널도 전혀 구축돼 있지 않아서다.

특히, 원·하도급 간 상생협력의 한계는 제도·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행 하도급법은 △서면발급 △선급금 지급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하도급대금 지급 △설계변경·물가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등을 원사업자의 의무로 두고 있는가 하면 △부당한 특약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하도급대금 감액 △경제적 이익의 부당 요구 △기술자료 제공 요구 등을 원사업자의 금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피동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수급사업자는 수혜적 혜택만을 기대할 뿐 실질적 협력관계에 진전이 없는 이유다.

지나친 규제가 원·하도급 간 협력관계를 회피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하도급 정책을 자발적으로 상생협력하는 사업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도급 벌점 경감사유를 추가 개발·확대하고, 공정거래 협약이행 실적에 대한 우대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 강화를 통한 하도급 정책은 능동적 상생협력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하도급대금 조정 실적을 우대하는 인센티브를 신설하고, 하도급 교육·표창 실적 인센티브를 재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종합·전문건설업계 간 공식적인 소통 채널이 없는 것도 원·하도급 간 상생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위가 하도급 정책방향을 건설업계에 충분히 설명하고, 시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선 실무자 등을 중심으로 한 간담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와 건설업계 간 공식적인 의사 소통이 부족했던 게 현실”이라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정위와 업계 실무자 간 간담회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이어 철강자재 가격대란, 요소수 수급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급사업자들은 표준하도급계약서 준수를 최우선과제로 제시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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