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가 소규모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건설공사금액 하한제도, 일명 ‘도급하한제’가 토목, 건축, 산업ㆍ환경설비, 조경 업종으로 전면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연간 9500억원 안팎의 공사물량이 추가로 중소 건설업체에 배정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대ㆍ중소 건설업체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기업의 소규모 공공공사 입찰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건설공사금액의 하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19일부터 내달 8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건설산업분야 5개 종합건설업종 가운데 시공능력평가액 1200억원 이상인 토건 면허업체에만 시평액의 100분의 1 이하 토건ㆍ토목ㆍ건축공사 입찰을 제한해왔다. 따라서 경제민주화와 대ㆍ중소기업 균형발전을 위해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소규모공사 수주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토목과 건축업종 업체의 경우 토건업종처럼 시평액 1200억원 이상인 업체, 산업ㆍ환경설비 업체는 시평액 4조1000억원 이상인 업체, 조경업체는 시평액 1800억원 이상인 업체에 대해 시평액 100분의 1 이하 입찰참가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토건면허업체 147개사와 함께 토목 1개사, 건축 1개사, 산업ㆍ환경설비 10개사, 조경 43개사 등 총 55개 업체가 도급하한 규제에 해당될 전망이다. 다만 산업ㆍ환경설비나 조경 업종의 시평액 상위업체들은 토건 업종의 상위업체들과 대부분 중복되기 때문에, 업체수 기준으로 규제 대상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시평 1위인 현대건설은 소규모 토건ㆍ토목ㆍ건축공사공사 입찰에만 참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소규모 산업설비 및 조경공사에도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연간 산업ㆍ환경설비공사 6000억원, 조경공사 3500억원의 물량을 중소 건설사가 안정적으로 수주하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상 업체에 대해서는 특정 업종에 과도한 제한이 되지 않도록 업종별 공사규모 차이 등 특성을 고려해 업종간 형평성이 확보되는 수준으로 구체적 제한 기준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예고 되는 ‘건설공사금액의 하한’ 고시는 후속절차를 거쳐 오는 9월 말께 공포하고, 내년 1월 이후 입찰공고되는 건설공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건설공사금액 하한제 적용범위는? ··· 입찰제한 상한선 산업설비 180억ㆍ조경 20억원

　‘건설공사금액의 하한제’는 매우 예외적인 입찰제한 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자격 있는 건설업체가 모든 해당업종 공사를 수주할 수 있어야겠지만,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생존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대기업의 ‘양보’를 구한 셈이다.

　관련 규정은 국가와 지자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지방공사와 공단이 발주하는 토건ㆍ토목ㆍ건축공사에 대해 토건시평액 1200억원 이상인 업체(총 147개사)의 참여를 제한해왔다. 해당업체 시평액의 100분의 1 이하 공사 참여를 제한하기 때문에 계산상 시평액이 5조원인 대형건설사는 500억원 이하 공사에, 시평액이 1200억원인 건설사는 12억원 이하 공사에 참여할 수 없다.

　다만 국제입찰대상공사 등을 감안해 87억원을 초과하는 국가공사와 200억원을 초과하는 지자체ㆍ공기업 공사는 하한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한제도가 적용되는 상한선을 최대 200억원으로 정해놓은 만큼, 아무리 시평액이 큰 업체도 200억원 이상 공사 입찰에는 참여할 수 있다.

　새 고시규정은 토목과 건축 업종의 경우 토건 업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시공능력평가액 1200억원 이상인 업체부터 해당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토목과 건축업종에서 시평액 1200억원이 넘는 업체는 각각 1곳에 불과해, 총 2개사가 추가로 하한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산업ㆍ환경설비 업종과 조경업종의 경우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정하고 있는 하한제도의 적용범위를 고려했다. 다시 말하면 시평액 기준 상위 3% 이내 업체가 하한제도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산업ㆍ환경설비 업체수가 현재 300곳을 넘기 때문에 이 중 3% 이내인 10개사가 적용 받도록 시평액을 4조1000억원으로 정했다. 마찬가지로 조경업체도 전체 1400개 이상의 업체 중 3%(43개사)가 적용 받도록 시평액 기준을 1800억원으로 정했다.

　하한금액은 시평액의 100분의 1 기준을 유지하되 업종간 형평성을 고려해 ‘하한금액의 상한선’을 차등해 설정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가령 토건ㆍ토목ㆍ건축 공사는 시평액과 관계 없이 200억원 이하 공사에만 하한제가 적용되며, 산업ㆍ환경설비 공사는 180억원 이하, 조경 공사는 20억원 이하에만 하한제가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토건ㆍ토목ㆍ건축공사는 전체 공사물량의 30% 수준에 대해 제한이 적용되고 있어 산업ㆍ환경설비와 조경공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제한이 되도록 상한선을 정했다”며 “다만 조경업종은 소규모 공사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토건업종보다 낮은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건설경제 신정운기자 peace@